보증보험 이야기

보증보험에서 보험기간의 설정과 보험사고

JUSTKIND 2013. 4. 24. 13:21

보증보험증권이 발급되는 과정에서 누군가 보증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의 증권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보호될 수 있도록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보증보험증권이 발급되는 과정에서 보험기간은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보험기간은 보험료산출기간이 되므로 그 기간의 장단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계약자는 직접 이해관계를 갖게 되고(추담특약, 가산기간이 붙는 경우의 보험료산출 문제는 좀 더 복잡하지만, 이 문제는 여기서 상론하지 않기로 함), 보험계약자가 보증보험계약의 청약자라는 점에서 회사는 우선 보험계약자가 청약하는 대로 보험기간을 설정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보험증보험은 피보험자가 입은 경제적 손실을 복구하기 위한 보험으로 보험의 형식에 의해 실질적으로는 피보험자를 위한 보증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 존재목적이 있는 것인데, 보험사고보험기간 내에 발생하여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피보험자야말로 보험기간의 설정 문제에 있어 더 중요하고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성격을 갖는 보험기간이 해당 보증보험증권이 목적으로 하는 피보험자의 채권담보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주의깊게 설정되지 못한 채 발급되는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우선 당초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물론 보증보험회사가 보상을 약속한 보험사고가 실제 발생했음에도 보통약관의 형식적 해석에 따를 경우 보상이 쉽지 않거나 계약관계인이 이의제기 하는 등의 민원과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게 될 것이다. 보험기간을 주계약상의 임대기간과 동일하게 정한 임대보증금 반환의무의 이행(지급)보증보험 증권이 발급된 사례를 보자(대법원 2006다28553 판결 참조). 이 경우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임대인(보험계약자)이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상황임에도 임대인은 임차인(피보험자)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와 보험계약자의 임대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반환하거나 그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는 한 임대인 자신의 임대보증금 반환의무는 이행지체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지급이 부당한 것이라고 다투게 되었다.
또 다른 사안으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위한 이행(지급)보증보험에 있어서 보험기간을 주계약기간과 동일하게 설정하여 증권이 발급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보이는데, 보통 건설공사현장에서는 하도급대금을 (전자)어음 등의 형태로 지급할 것을 예정하여 하도급대금 지급시기를 하수급인의 기성제공 시기보다 2~3달 정도 늦추어 놓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제로도 지급시기가 그와 같이 약정되어 있는 사안에서, 보증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인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의무의 이행기가 보험기간 종료시점까지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보험기간 내에 보험사고라고 할 하도급대금 지급의무의 불이행이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보상을 거절하기도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535631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사안에서 피보험자는 회사가 발급하고 보험계약자가 전달한 보증보험증권에 의하여 보험계약자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당연히 보호될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정작 채무불이행이 있음에도 회사로부터 보험기간이 도과한 후에 보험사고가 발생했으니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나면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보증보험증권의 경제적 효용과 보증보험회사의 신용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게 마련이니,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보증보험회사의 평판과 공신력 하락이 두 번째 발생하는 문제이다.

게다가 위와 같은 사안에서 보험사고인 채무불이행이 보험기간이 끝난 후에 비로소 발생하였므로 약관 규정에 따라 보상할 수 없다는 보증보험회사의 주장이 법적으로는 타당하다고 인정받을 수는 있을 것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결론에 이르는 상세한 법논리에 대한 검토는 여기서 생략하지만, 실제로도 예로든 위 두 사안 모두에서 법원은 회사가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에 대해 보험금지급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자세한 법논리는 위 판결번호의 판결문을 찾아서 참조해 보시기 바란다) 

만약에 보통약관의 해석에 따라 보험금지급책임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 회사는 모든 법적책임으로부터 안전할 것인가?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 보험대리점 등 모집조직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적합성원칙에 위반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지는데(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참조), 법원은 이 경우 보험회사가 원래 정상적으로 보험계약이 체결되어 보험약관에 의하여 보상을 하여야 했다면 피보험자 내지 보험수익자가 받을 수 있었던 보험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책임으로 부담하며, 여기서의 배상책임액 산정에는 원칙적으로 과실상계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다. 법조문상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의무의 대상은 ‘보험계약자’로 규정되어 있을 뿐 피보험자는 그 대상에서 빠져 있고, 위 보험업법 제102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자도 보험계약자만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피보험자를 위한 채권담보의 기능을 수행하는 보증보험의 성격을 고려해 볼 때 보증보험증권이 담보하는 보험사고의 내용과 의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증권이 발급되어 결과적으로 약관에 의해서는 보상을 받기는 곤란한 경우, 피보험자가 보증보험회사에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묻고자 시도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 같이 보증보험회사와 임직원들이 받게 되는 법적 리스크가 세 번째 문제인바, 계약인수와 증권 발급에 있어서 인수하는 주계약의 내용과 보험사고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라 보상하는 손해와 보험기간 등 보증보험의 중요한 내용을 설정함으로써 증권에 대한 보험계약자외 피보험자의 정당한 기대를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