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공사일수록 건설회사들이 단독으로 입찰에 들어가 공사를 따내는 경우는 드물고 몇 개의 회사가 공동으로 콘소시엄을 구성하여 공사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건설공사의 수급인이 되는 경우를 흔히 공동수급체라 표현하는데, 공동수급체가 수행하는 공사계약은 다시 발주자(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 건설회사들 사이의 내부지분비율과 상관없이 공동으로 연대하여 공사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공동이행방식과 내부지분비율에 따라서만 책임을 부담하는 분담이행방식으로 구별된다. 실무에서는 발주자에 좀 더 유리한 공동이행방식의 공사도급계약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공동이행방식으로 참여하는 건설회사들과 공사계약이을 체결할 때 공사의 발주자는 공사와 관련된 선금급반환보증, 이행보증, 하자보수보증 등을 요구하게 되고, 그에 따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건설회사들은 다른 보증기관이나 보증보험회사에 보증서(증권) 발급을 요청하게 된다. 이때 보증사업자의 지점과 본사 영업 내지 심사 관련 부서에서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 “건설공동수급체의 경우 설령 우리 회사에 증권발급을 청약한 특정 건설회사가 주계약을 이행하지 못한다 해도 함께 공동수급체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건설회사들이 발주자에 대하여 공동으로 연대하여 공사이행과 하자보수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다른 건설회사들 누구라도 계약을 이행하거나 하자를 보수할 가능성이 높고, 우리 법원은 공동수급체의 법적 성격을 조합으로 보아 일종의 단체성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전체적으로 보아 공동수급체가 주계약을 이행한 것이 되므로 보험사고 발생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건설공사를 공동으로 수급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임에도 공동수급체의 구성원회사들을 일부 또는 전부 보증한 보증인(보증기관)과 관련된 주목할 만한 판례들은 비교적 최근에야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어쩌면 종전의 전반적인 관행 역시 위와 같은 논리에 기반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공동수급체 구성원을 보증한 보증기관에 대해 보증책임을 묻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사정에 기초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법원 2005다37154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을 보면, “…(전략)…이 사건과 같은 관급공사 도급계약의 경우에는, 주계약상 채무자 즉 수급인과 동일한 시공의무 및 하자보수의무를 부담하는 연대보증인 제도를 두고 있는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8조 및 당시 시행되던 계약사무처리규칙 제70조 제3, 4항에 의하면, 수급인이 공사를 하지 아니하거나 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담당공무원은 지체없이 연대보증인에게 공사를 완성할 것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 청구가 있으면 연대보증인은 지체없이 그 보증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며, 계약금 중 연대보증인이 이행한 부분에 상응하는 금액은 수급인이 아닌 연대보증인에게 반환 또는 지급하고, 계약담당공무원은 연대보증인이 보증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수급인과 동일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하자가 발생하였으나 수급인이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수급인과 연대보증인, 하자보수보증금의 관계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한편, 위 각 조항과 위 공사계약일반조건 제18조 제4항 및 계약사무처리규칙 제68조를 종합하여 보면, 하자가 발생한 경우 도급인은 우선 수급인에게 하자보수청구를 하고, 그가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연대보증인에게 같은 청구를 하여, 수급인과 연대보증인이 모두 현실적인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수급인이 현금으로 납부한 하자보수보증금을 국고에 귀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현금에 갈음하여 조합의 하자보수보증서 혹은 보증보험증권이 납부된 경우에도 수급인과 연대보증인이 모두 현실적인 하자보수공사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 비로소 조합 혹은 보증보험자에게 청구하여 수령한 보증금 또는 보증보험금을 국고에 귀속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과거 국가계약사무를 관리하는 행정공무원들도 같은 논지에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건설회사(연대보증인이 있는 경우에는 연대보증인까지 포함해서) 전부가 채무불이행에 이르지 않는 이상 보증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소수의견과 달리 위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하자보수보증이나 이행하자보증보험은 모두 실질적으로 민법상 보증의 성격을 가지므로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하자보수의무를 보증한 보증기관과 공사도급계약의 연대보증인은 동일한 채무를 공동으로 보증한 공동보증인에 해당하고, 연대보증인이 특정 수급체의 하자보수의무를 대신 이행했다면 민법 제448조에 의해 연대보증인은 특정 수급체의 하자보수의무를 보증한 보증기관 내지 보증보험회사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기에 이른다. 이에 의하면 공동수급체 중 특정 회사의 의무이행을 보증한 보증회사가 다른 공동수급체 회사 내지는 연대보증인이 결국 의무를 이행할 것이므로 보증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피보험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기는 어려워 졌다고 할 것이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공사도급계약의 연대보증인이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주채무자)인 건설회사를 보증한 보증회사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 최근 하급심에서는 공동이행방식에 의한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으로서 발주자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을 연대하여 부담하는 2개의 회사(내부지분비율 54:46) 중 A회사가 경영악화로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자 B회사가 하자보수의무를 전부 이행한 뒤에 A회사의 하자보수의무이행을 보증한 우리회사를 피고로 하여 하자보수비용의 54%(A회사의 내부지분비율)를 보험금으로 청구한 건이 문제되었다.
원래 이 사안에서 서울시와 제1심법원은 공동수급체 구성원은 연대하여 계약상 의무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공동수급체 일부 구성원이 하자보수를 이행했다 하여도 A회사와 함께 연대채무자의 지위에 있는 B회사가 발주자의 청구에 응하여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한 이상 A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주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보험사고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제2심법원은 연대채무자라 하여도 내부적인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한 경우 다른 연대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하고, B회사는 이 구상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변제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채권자인 발주자가 가지는 보증보험회사에 대한 이행하자보증보험계약의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때 A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주자에게는 이미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이고 그 후 B회사가 전부 하자보수를 한 것은 피보험자에게 이미 발생한 손해가 사후적으로 전보된 것일 뿐 손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여 보증보험회사의 보험금지급책임을 인정하였다(2012. 2. 15. 선고 서울고등법원 2011나 85064 판결).
위 사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따라서 제2심법원의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꼭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이나 서울고등법원 등 판례 다수의 추세를 감안할 때, 적어도 공동수급체의 공사도급계약과 관련하여 수급체의 “일부”회사를 보험계약자로 하는 각종 보증보험계약을 인수함에 있어서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회사 전부의 이행능력을 기초로 사고위험을 판단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은 당분간 접어 두고, 보험계약자로서 청약을 한 건설회사 단독의 신용도와 이행능력을 기초로 인수와 담보 취득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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