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친하게 지내 온 후배가 며칠전 죽었다. 내가 대학시절 우리 집이 살던곳을 갑자기 떠나 오면서 연락이 끊기기까지 한동네에 살면서 절친하게 지냈던 후배. 그후 거의 7년 넘게 두절된 내 연락처를 찾아내어 다시 만남이 이어졌다. 형과 마셨던 술이 제일 맛있었다고 말해주던 후배. 후배의 죽음은 후배의 처조차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거 같다.
제대로 앉을 장소조차 부족한 좁고 보잘 것 없는 병원 장례식장에서 후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참 누구하나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선량한 삶을 살고자 했으리라. 모태신앙을 가진기독교인이면서도 사회비판적이었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자신과 맞지 않는 직업을 가졌다. 그게 우울증으로 연결되었을까.
인터넷은 민주화운동의 대부 김근태 전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로 가득한데, 너는 참 소심하고 미약한 한인생을 살다 갔구나. 김근태란 이름은 내가 대학 1학년때부터 들어온 이름이다. 벌써 25년 가까이 흘러버린 그 무렵 과사무실이나 글방에 가면 민청련 명의로 발간되어 배포된 소책자에는 민청련의장 김근태라는 이름으로 정세와 정치를 분석하고 민주대연합을 주장하는 글들이 실려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우리사회 민주화운동 내부에서 항상 다수파를 차지해 온 대연합론의 주창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인지 모른다. 그런 그가 그렇게 신사였구나. 그런 고문과 고통을 당하고도 고문의 집행자를 용서했다니... 그처럼 진실하고 영향력 있는 이가 절차적 민주주의 이후의 과제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 주었다면, 과거 개혁세력 집권 10년 기간동안 조금은 사회가 나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다. 그런 생각도 다 부질없다. 그는 그의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았다고 인정해 주자.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꿈을 잃어버린,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인간의 삶은 어떤 의미와 무게를 지니는 걸까. 지난 연말 앓으며 생긴 두통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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