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한 지역 신용지원단이 법무실에 질의한 사안이다. 회사가 채무자 재산에 가압류를 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담보제공명령에 따라 제공한 공탁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취소결정을 신청하였는데 법원이 이를 각하하여 이에 관한 대책을 물었다. 자료를 보니 회사는 2건의 보증보험증권(보험가입금액 6,800만원과 5,000만원)을 발급했는데, 보험금지급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위 2건 증권 관련 구상채권을 긴급채권으로 분류하여 합계 1억1,800만원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피신청인이 소유하는 13개 부동산에 가압류를 했고, 그 과정에서 담보로 1,180만원을 공탁한 것이다. 이후 보험가입금액 5,000만원 증권에 관해서는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가 취소되었고, 보험가입금액 6,800만원 증권에 관하여만 보험금(6,8000만원) 지급이 이루어지고 회사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다. 회사는 확정된 6,800만원 승소판결을 근거로 가압류신청 단계에서 담보로 제공한 공탁금 1,180만원을 회수하고자 회수업무를 법무사사사무실에 맡겼는데, 그 법무사사무실은 회사 이름으로 법원에 권리행사최고 및 담보취소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신청에 대해 보정명령을 하였는데, 그 명령의 구체적 내용은 자료로 확인되지 않으나 해당 지역 신용지원단과 법무사사무실은 명령의 취지를 나름 해석하여 위 13개의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해 가압류집행을 해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보정명령에 따른 보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보아 결국 회사의 담보취소신청을 각하한 것이다.
이 건에서 해당 지역신용지원과 사건을 처리한 법무사사무실은 우선 법원의 보정명령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1억1,800만원을 청구금액으로 하는 가압류에 대해 담보로 1,180만원이 제공되었는데, 실제 회사가 승소판결을 얻은 것은 6,800만원뿐이고 5,000만원은 아예 보험금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5,000만원 부분은 실제 채권액보다 과도하게 가압류가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청구금액 1억1,800만원을 그대로 둔 채 13개의 부동산 중 일부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해제할 것이 아니라, (설령 13개 부동산에 대한 집행은 그대로 둔다 하더라도) 가압류 청구금액을 1억1,800만원에서 6,800만원으로 감축하고 5,000만원 부분에 관한 가압류 집행을 해제하는 내용의 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이다. 소송비용 담보의 경우 권리행사최고를 통한 담보취소는 '소송이 완결된 뒤'에 신청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부당하거나 과도한 보전처분에 대비한 담보의 경우에도 당연히 해당 보전처분의 집행이 해제되거나 종료된 뒤에 권리행사최고 절차를 거쳐야 담보취소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가압류 집행을 그대로 둔 채 담보취소신청을 하니 받아들여질리 없었던 것이다.
한편, 이 작은 사안을 통해 우리는 현재 법원이 우리 사회에서 가압류가 너무 쉽게 그리고 과도하게 신청되어 남용되고 있으며,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이미 법원행정처는 2003년도에 보전처분의 지나친 남용이 문제된다고 보아 전국 신청사건 담당 판사회를 소집하여 보전처분 남용 방지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보전처분 접수사건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근래에 이르러서도 보전처분이 남용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따르면, 2003년 개선안 시행 이후 잠시 보전처분 접수건수가 감소되다가 2007년 이후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0년 직전 3년간의 통계를 평균해 보면 우리나라 보전처분 신청건수는 절대건수 기준으로 일본의 약 25배(496,607건 vs 19,900건), 인구 1인당 건수 기준으로는 일본의 약 60배 이상에 달하고 있어서 사회 경제적 규모에 비해 보전처분 접수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많다. 일본은 민사본안소송사건의 3.28%, 독일은 간이법원에서는 5.16%, 지방법원에서는 8.29%가 보전처분사건으로 접수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민사본안건수 대비 보전처분 사건수 비율이 약 40%에 달한다. 한편 우리나라 보전처분 사건의 전국 평균인용률은 88.75%, 기각률은 3.29%, 기타 처리율(취하, 각하, 이송)은 7.96%로 실제 본안소송 인용률에 비해 지나치게 쉽게 그리고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대법원이 Sniadach v. Family Corp.(1969) 395 U.S. 337, 89 S.Ct. 1820 판결을 통해 "채무자 심문없이 가압류명령을 발하는 각 주의 가압류 법률은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due process)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판단을 함에 따라 각 주의 가압류 법률들이 개정되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법원 내부에서는 피보전권리의 존부가 불분명한데도 채무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청하는 경우, 청구금액을 과다하게 기재하는 경우, 신청이 기각된 후 다른 재판부나 법원에 재신청하는 경우, 채무자의 모든 부동산이나 채권에 포괄적으로 신청하는 경우 등을 보전처분 남용 사례로 들면서 가압류 발령과 발령 이후의 단계에서 순차적으로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까지는 대체로 가압류가 본안판결의 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임시구체조치로 밀행성과 긴급성을 요한다는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여 신청인의 일방적 주장과 간단한 소명에 의해 쉽게 인용되는 것이 실무 경향이었으나, 점차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책임의 강화,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심리 강화에 더불어 보전처분 신청사건에서 가압류채무자의 절차참여와 부당한 가압류로 인한 채무자의 유무형의 손해가 실질적으로 보전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개인들에 비해 대출채권 등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경우에는 피보전권리가 확실하고 그 금액도 구체적이므로 부당하거나 과도한 가압류 집행으로 문제되는 경우가 매우 적다. 그러나 보증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만 하면 바로 긴급채권으로 관리하고 아직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조차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전 구상활동(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경우에 사전구상권이 성립될 수 없다고 하는 판단과 그 이유에 대해서 오래도록 이야기 해왔다)에 나서도록 지침과 실무가 성립되어 있어서 부당하거나 과도한 가압류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전처분 남용에 관한 법원 내부의 동향을 참조하여 구상활동에서 과도한 가압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유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