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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험의 기회와 위기

JUSTKIND 2013. 9. 26. 17:56

신용보험(credit insurance)은 일정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채무자의 신용위험을 대상으로 하고 채무자의 신용을 뒷받침하여 채권자의 채권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증보험과 유사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보증보험이 채무자인 보험계약자가 채권를 피보험자로 하여 타인을 위한 보험의 형식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달리 신용보험은 채권자인 보험계약자가 동시에 피보험자로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기타 행위로 말미암아 생긴 손해의 보상을 위하여 체결되는 자기를 위한 보험 형식을 취한다. 때문에 보증보험이 신용을 제공받는 자를 위한 제도라고 한다면, 신용보험은 신용을 제공하는 자를 위한 제도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신용보험은 보증보험과 달리 채권자가 신용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채무자 집단에 대하여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는데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거래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실무에서는 다수를 상대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회사, 대량의 할부대금채권을 발생시키는 거대 제조회사나 유통회사, 대출채권자로서 채무자들의 신용위험을 제거하길 원하는 은행 등이 신용보험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는 주요 집단이 된다. 여기서 채권자는 보험계약자로서 신용보험회사와 채무자 집단에 대하여 단체적·포괄적으로 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는데, 보험회사와 약관 외에 신용보험 상품의 운영에 관한 상세한 내용의 포괄협약을 별도로 두는 것이 보통이다.


신용보험은 또한 채권자의 손해를 부분적으로 보상하기 때문에 신용보험에 가입한 채권자 자신도 손해를 일부 부담하게 된다. 대신 가입자가 분담하는 손실분에 대해서 신용보험회사가 재산조사, 추심업무 등을 대행하여 가입자가 부실채권관리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여 준다. 역으로 신용보험회사 입장에서도 보험계약자 자신이 거래를 맺은 대규모의 채무자 집단을 보험에 가입시킬 뿐 아니라 평소 기본적인 위험관리를 보험계약자가 해 주기 때문에 채무자 개개인이 청약을 하고 가입하는 보증보험상품들과 비교하여 적은 인력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신용보험을 운용하고 있는 국내회사의 신용보험상품 운용실태를 돌아보면 위와 같은 신용보험상품의 일반적인 특징과 원칙들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보이나 일부 특이한 현상도 관찰된다.

 

우선 신용보험의 부분보상원칙에 관한 것이다. 신용보험은 채권자가 자신의 손해를 전보받기 위해 자신이 가입하는 자기를 위한 보험이기 때문에 채권자가 보험을 통해 자신의 채무자의 신용위험을 전부 보험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면, 채권자는 더 이상 거래상대방인 채무자를 주의깊게 선택하거나 채무자의 신용을 관리할 유인이 없게 된다. 따라서 신용보험에서 보험자는 반드시 채권자가 손실의 일부를 분담하게 함으로써 채권자 측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게 되는데, 현재 신용보험회사 신용보험상품 중 일부는 보험계약자와의 포괄협약에서 사실상 채권자의 손해 전부를 보상하는 것으로 정하거나 채권자가 일부 손실을 분담하더라도 손실분담비율이 너무 적어서 채권자측이 주의의무룰 다해 채무자의 신용위험을 관리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는 신용보험회사의 적극적인 영업확대 과정에서 나온 결과로 보이는데, 신용보험의 운용원칙에 맞지 않으며 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의 경우 대기업, 은행 등이 보험계약자가 되어 보험자와의 포괄협약 아래 다수의 채무자에 대한 위험을 부보하는 통상의 신용보험의 경우와 달리 채권자인 임차인이 개별적으로 가입하고 약관 외에 별도의 포괄협약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전세제도라는 한국사회의 독특한 주거형태가 채무자인 임대인들의 신용위험을 담보하는 이와 같은 신용보험상품의 탄생배경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부분보상을 한 경우 채권자가 분담하게 된 손실부분에 대하여 국내 신용보험회사가 채무자를 상대로 변제촉구, 채권추심 등의 업무를 대행하기로 하는 것에 관한 합의가 보이지 않는 점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부분보상을 한 경우 채권자가 갖고 있던 채권의 일부는 신용보험회사에 나머지 일부는 채권자에게 분할귀속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신용보험자와 원래 채권자가 각자 채권의 행사에 나서게 된다면 채무자는 2중으로 소송과 집행을 당하게 되고 신용보험자와 채권자 역시 별도로 채권행사비용을 지출하게 되어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신용보험자와 채권자 사이에서 집행의 순위, 충당 문제 등을 두고 법리적으로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신용보험자가 원래 채권자에게 남아 있는 채권의 행사를 대행하여 함께 행사하도록 미리 정하여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현재 신용보험상품들의 약관들을 보면 신용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피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채무자 또는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양도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포괄협약에서는 그에 따른 채권의 구체적인 양도방법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바, 보증보험에서의 변제자대위(민법 제481조)나 손해보험에서의 보험자대위(상법 제682조)와 같이 법률규정에 의하여 채권 및 그에 관한 담보권이 당연히 이전되는 것으로 하지 않고 피보험자와 신용보험회사의 양도합의와 채권양도 통지 내지 승낙 등의 방법에 의하여 비로소 회사가 채권을 취득하고 대위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위 규정과 같이 다수의 채무자들에게 일일이 양도통지를 하거나 채무자의 승낙을 받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능하기는 할까? 보험자대위의 법리(상법 제682조)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피보험자가 가지는 권리를 당연히 행사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올해 8월까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국내 신용보험회사의 신용보험상품의 실적은 보증보험상품 실적에 비하여 60%에 채 미치지 못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신용보험이 발달된 유럽 보험회사의 경우 보증보험상품보다 신용보험상품 비율이 훨씬 더 높은 경우가 많은데, 대량생산과 대량판매가 이루어지는 고도 산업사회에서는 신용보험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마련이고, 보증보험상품들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관리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신용보험시장은 보험회사로서는 적극 확대정책을 추구해 볼 만한 기회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보험의 최대 경쟁상대는 자가보험(Self Insurace)라는 말이 있다. 대량생산과 판매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은 스스로 신용위험을 관리하고자 하는 역량과 욕구를 갖고 있고,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침체기에는 조금의 비용도 줄이고자 신용보험상품 구매를 회피할 여지가 생기는바, 신용보험회사가 이들 기업들의 위험관리능력을 압도하고 있어야 하고 보험계약자들이 비용 측면에서도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실익이 있다는 판단이 서도록 상품을 운용할 수 있어야 신용보험시장의 확대는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