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이야기

근보증에서 보증채무 최고액의 의미에 대하여

JUSTKIND 2017. 10. 23. 14:19

2015년도 개정민법 제428조의3 제1항은 "보증은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근보증에 관한 규정을 민법에 도입했다. 개정민법은 이처럼 근보증을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한 보증으로 규정하여 이른바 포괄근보증도 허용됨을 분명히 했다. 이 점은 2009년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근보증을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특정한 거래계약이나 그 밖의 일정한 종류의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채무 또는 특정한 원인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채무에 대해" 할 수 있는 보증으로 규정하여 포괄근보증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이처럼 두개의 법이 포괄근보증에 관하여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적용범위가 좁고 선량한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취지를 갖고 있는 것이므로, 일반법인 민법에서는 포괄근보증을 허용하고 특별법인 보증인보호법에서는 이를 제한하려는 취지라고 한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제출 제9869호) 검토보고서, 2014, 10면 참조). 참고로 일본 민법 제465조의2는 근보증을 "일정한 범위에 속하는 불특정한 채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계약"으로 정의하여 포괄근보증을 인정하지 않고 한정근보증까지만 인정한다.

보증인보호법이 적용되면 근보증이 아닌 특정보증의 경우에도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보증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하고(제4조) , 나아가 근보증의 경우에는 그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 하고 이와 같이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않은 경우 그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제6조), 원래 특정채무의 보증인 경우에는 최고액이란 개념을 상정할 수 없으므로 위 법 제4조는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보증채무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고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권영준, 법무부 용역과제 보고서 "2013년도 민법 개정시안 해설(채권편)", 2013, 54면). 다만 민법 개정과정에서 보증인보호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보증인보호법 제4조의 문언은 여전히 보증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계속적 보증 내지 근보증과 관련해서 보증한도액의 정함이 있는 경우, 우리 대법원은 「이는 보증책임을 지게 될 주채무에 관한 한도액을 정한 것으로서, 그 한도액에는 주채무 원금과 이자 및 지연손해금이 모두 포함되고 그 합계액이 위 한도액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보증채무는 주채무와는 별개의 채무이기 때문에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은 위 보증한도액과는 별도로 부담하여야 한다. 이 때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라면 그 거래행위의 성질에 따라 상법 또는 민법에 정한 법정이율에 따라야 할 것이지, 주채무에 관하여 약정된 연체이율이 당연히 여기에 적용된다고 볼 것은 아니」(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40444판결, 1998. 2. 27. 선고 97다1433판결, 2014. 2. 27. 선고 2013다76567 판결 등)라고 하는데,

위 판례들에서 보증채무는 주채무와는 별개의 채무이기 때문에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은 보증한도액과는 별도로 부담한다는 판시부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위 판결설시에도 나오듯이 보증채무는 원래가 주채무의 원금만이 아니라 이자, 위약금, 지연손해금 기타 주채무에 종속한 채무를 포함하는 것이기에 주채무자기 이행을 하지 않으면 보증채무자는 당연히 주채무의 이자, 지연손해금 등을 대신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과는 별도로 다시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부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위 판례사안들은 모두 계속적 보증과 관련되어 미리 보증한도액이 정해져 있었던 경우를 다룬 사안들이지만, 특정보증과 관련해서 보증인이 부담할 보증채무액 한도를 미리 설정해 둔 경우에도 비슷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계속적 보증에서는 거래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 주채무는 항상 증감변동하고 있으므로 근보증채무의 범위가 얼마인지를 확 정시켜야 비로소 보증인은 자신이 대신 이행해야 할 보증채무의 범위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확정일 필요로 하지 않는 특정채무 보증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특정채무를 보증한 보증인이 부담할 보증채무액의 한도(보증한도액)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마찬가지로 보증채무 자체의 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보증한도액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물릴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위 판례사안들은 모두 보증채무자가 보증한도액을 미리 설정해 둔 경우 그 한도액 범위에서 주채무의 원금뿐 아니라 이자, 지연손해금 등을 부담한다고 하면서도,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책임은 보증한도액과는 별도로 부담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거래에서 절대 다수의 보증계약은 "연대"보증계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의 효력은 연대보증인에게도 미치고, 따라서 채권자는 보증인을 이행지체에 빠트리기 위해서 주채무자에 대한 청구 외에 별도로 보증인에게 이행청구할 필요가 없다(민법 제416조). 아니, 설사 그 보증이 연대보증이 아니라 주채무에 대해 부종성을 갖는 전형적 보증계약이라 하여도 이미 보증채무자가 보증인으로서 대신 이행해야 할 채무가 주채무의 원금, 이자, 지연손해금 등에 미치기 때문에 채권자는 주채무자가 이행지체에 빠져서 주채무에 대해 지연손해금이 발생하고 있음을 입증하면 족하지 보증채무자에게 지연손해금을 청구하기 위해서 별도의 이행지체가 성립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증한도액이 미리 설정해 둔 보증채무자에게 (그 보증한도액을 넘어서는)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배상금을 별도로 인정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그게 보증한도액을 미리 설정하여 둔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되는 해석이 될 것인지 매우 의문이며, 이는 당사자들이 보증한도액을 미리 정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자들의 책임범위를 그 이상으로 확장시킨 판단이라 생각된다. 위 판례들에서 보증한도액을 미리 설정해 둔 보증인의 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한 법리로서 어느 정도나마 의의가 있는 부분을 찾자면 결국 「이 때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라면 그 거래행위의 성질에 따라 상법 또는 민법에 정한 법정이율에 따라야 할 것이지, 주채무에 관항 약정된 연체이율이 당연히 여기에 적용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본 부분이 될 것이다. 주채무자가 이행지체게 빠지면 보증인은 미리 설정해 둔 보증한도액까지는 주채무의 약정 연체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까지 모두 대신 이행해야 하지만, 보증한도액이 다 차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만을 별도로 부담하는데 그 이율은 다른 사정이 없다면 주채무의 약정 연체이율이 아니라 법정이율에 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거래에서 인적 담보로 보증인을 요구하는 금융기관들은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보증채무자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으로 보증채무에 대한 연체이율의 약정을 하며, 그 연체이율은 주채무자와 약정한 주채무의 연체이율과 동일하다. 사실 이런 (연대)보증계약서 자체가 약관의 형태로 이미 금융기관에 의해 작성되어 인쇄물 형태로 제시되고 보증인은 단순히 서명란에 서명날인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점에 있어서 보증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어떤 협상의 여지가 없다. 


결국 위 판례들에 따르면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 책임은 보증한도액과 별개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있는  경우라면 또한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이므로, 「보증채무의 연체이율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라면 그 거래행위의 성질에 따라 상법 또는 민법에 정한 법정이율에 따라야 할 것이지, 주채무에 관항 약정된 연체이율이 당연히 여기에 적용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한 판시의 논리는, 적어도 전문적인 금융기관에 대해 보증인이 된 채무자들의 책임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서는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증채무 자체의 이행지체책임은 보증한도액과 무관하게 져야 하는 것이고, 그 지체이율은 약정된 대로 주채무자에 대해 약정된 연체이율과 동일하게 계속 가산된다고 하면, 도대체 보증인과 채권자는 당초에 아무 의미 없는 보증한도액을 뭐하러 미리 설정해 두었던 것일까? 이와 같이 보증한도액을 미리 설정해 둔 경우라고 한다면 오히려 당사자들은 보증인에 대해서는 그 범위까지만 책임을 부담시키로 한 것으로 약정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그 진의에 더 부합하는 해석이 아닐까?


따라서 차라리 보증채무자에 대해 주채무와 별도의 지체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위 판례들의 법리를 부인하고, 보증채무자는 주채무자가 지체상태에 있을 때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주채무에 부수하는 채무로서 함께 부담할 뿐이며, 만약 보증한도액이나 보증채무의 최고액을 미리 정해 둔 경우에 보증인의 보증책임은 거기까지로 제한되고 그 이상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또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근보증에 관하여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미리 특정하여 두도록 강제하고 서면에 의한 최고액 특정이 없는 보증계약을 효력이 없는 것으로 규정한 개정민법 제428조의2나, 보증인보호법 제6조를 규정한 입법자의 결단에 부합하는 해석이라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