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 또는 시효완성된 채무자에 대한 구상활동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면책 또는 시효완성된 채무자에 대한 구상활동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이번 호에서는 보증보험회사 실무 중에 종종 발생하는, 그래서 종종 보증보험회사 직원들의 상담을 받게되는 간단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다름 아닌 시효종결된 채무자 또는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면책된 채무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면책채권에 대하여 살펴보자. 개인파산채무자 또는 개인회생채무자는 면책결정이 확정되면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 내지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는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625조 제2항) 학설은 이와 같이 파산절차나 회생절차에 의하여 면책된 채무의 성격을 ‘자연채무’라 설명하는데, 이에 따르면 책임이 면제된다는 것은 채무의 소멸과는 다른 개념이다. 채무의 소멸이 채무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인데 반하여, 책임의 면제라는 것은 채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채무를 변제하라고 추궁할 수는 없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면책된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나,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재산에 가압류를 하는 것,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것 등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면책된 채무자에 대한 보증보험회사의 채무가 없어진 것은 아니므로 만약 채무자가 이를 임의로 이행한다면 이는 유효한 채무의 변제가 되어 채무자가 다시 돌려달라고 할 수 없게 되고, 면책채무자의 보증인이나 파산채권자 또는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의 효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편, 면책된 채무자임을 알면서 법령으로 정한 절차 외에서 반복적으로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행위는 금지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4호, 제17조 제2항 제4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는 어떤가. 강력한 반대견해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법원은 채권은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당연히 소멸되어 없어진다고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절대적 소멸설). 이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하면 이는 채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한 것이 된다。따라서 채권자는 채권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변제를 받은 것이 되어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학자들은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임의로 변제했다면 이는 채무없음을 알고서도 이를 변제한 때에는 그 반환하지 못한다는 경우에 해당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민법 제742조). 그러나 그 변제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지급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상실하지 않는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46451 판결).
한편, 채권추심자는 채권추심과 관련하여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추심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되며, 이에 반하여 채권을 추심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벌칙이 과하여 질 수 있다(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호, 15조 제2항 제3호).
이제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시효가 완성되어 시효종결 처리되었거나 면책확정된 채무자들이 휴대폰 할부구입 기타 경제활동 등을 목적으로 보증보험회사의 신용보험이나 보증보험에의 가입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간혹 보증보험회사 직원들은 지침 혹은 관행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나 면책된 채권을 변제하지 않으면 이에 가입할 수 없다고 안내하며 간접적으로 위 채권들을 변제할 것을 권유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비록 면책된 채권이나 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이를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변제하면 이는 유효한 채무의 변제가 되거나 비채변제에 해당하여 그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채무자의 변제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변제한 돈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보증보험회사 직원들의 안내와 권유가 불공정한 채권추심행위에 해당한다고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보증보험회사 직원들은 면책채무자 혹은 시효종결채무자들에 대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안내를 할 때에는 이와 같은 점을 유념하여 불공정한 추심행위로 공격받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인회생절차가 아닌 일반 회생절차에서도 회생채무자는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이 있으면 회생계획 등에 의하여 인정된 권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관하여 그 책임을 면하게 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1조). 이처럼 면책채무자가 회사 등 법인이거나 개인회생절차가 적용되지 않는 일정 금액 이상의 회생채무자인 경우에도 회생계획인가결정에 의해 회생채무자는 면책되고 채권자의 권리는 실권되는데, 그 후 이 채무자들이 영업활동 등을 위해서 보증보험가입 등의 청약을 해올 때 보증보험회사가 면책된 채권 부분에 대하여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권발급을 거부하는 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개인채무자와 법인 등의 채무자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문제도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관행이 보증보험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일부 있겠으나, 이제 그러한 관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